[디자인의 디자인] 출간 10주년 기념판 발행
하라 켄야의 축하 메시지 및 국내 디자이너·건축가·큐레이터 6인의 글 수록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아트 디렉터로 잘 알려진 하라 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 10주년 기념판이 출간되었다. [디자인의 디자인]은 일본에서 제26회 산토리학예상 예술·문학 부문 수상한 도서로, 2007년 우리말로 번역 출간된 뒤 한국의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 받는 스테디셀러다. 하라 켄야는 2017년에 발행되는 기념판을 축하하면서 “바람직한 삶의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세상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방법이나 생각으로서의 디자인에 대하여 독자와 다시 한번 깊이 교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기념판에는 국내 디자인·건축·예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제너럴그래픽스 문장현 대표, 슬기와민 최슬기 디자이너, 와이즈건축 장영철 대표,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 국립현대미술관 손주영 큐레이터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에 대한 글을 새로 담았다. 기존 도서에는 없던 옮긴이 후기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하라 켄야는 백색을 배경, 포용력, 현대성 등을 상기시키는 힘이 있다고 했다. 기념판에서는 이 백색이라는 색채를 존중하여 흰색 천의 표지를 사용하였고 원서 분위기를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양장으로 만들었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디자인의 디자인]은 하라 켄야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여러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질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그는 디자인 개념의 발생부터 오늘날까지 흐름을 몇 가지 사건을 통해 반추한다. 그 뒤로는 자신이 직접 진행했던 작업을 소개하며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기술 발전과 디자인은 어떤 관계인지’ ‘디자이너는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 등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표적으로 이 책의 제목과도 연관성이 있는 1990년대의 <리디자인> 전시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된 일상 물품을 다시 디자인하여 기존의 것과 차이를 살펴보는 것으로, 그 차이를 통해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전시다. 건축가 구마 겐고, 제품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 등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일본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작품이 나온다. 그 외에도 우메다 병원 사인 계획, 무인양품 아트 디렉팅, 마츠야 긴자 리뉴얼, 나가노 동계 올림픽 개회식 프로그램, 아이치 만국 박람회 프로모션, 세계 그래픽 디자인 회의 등 여러 작업과 진행하며 하라 켄야가 부딪친 문제와 고민, 그리고 결국 해결해가는 방식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
디자인은 우리 생활 속에서 피어나는 감수성
변화가 미덕이고 새로움이 가치를 지니는 시대다. 트렌드에 민감한 디자인계는 변화와 새로움에 더욱 예민하다. 여러 트렌드가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한 새로운 트렌드에 밀려버리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디자인의 디자인]이 한국에서 10년 이상 독자에게 널리 읽히며 사랑 받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하라 켄야의 고유한 생각과 태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한 것을 미지의 것으로 재발견하는 감성, 행동에서 철저함을 추구해나가는 자세, 디자인을 지능으로 보지 않고 사물의 본질을 찾아내는 감성과 통찰력라고 정의내린 것…. 아직도 누군가는 디자인을 멋지고 예쁘며 번지르르한 것이라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하라 켄야는 그런 인식을 타파해야 한다고 말한다. “형태나 소재의 참신함으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틈새로부터 평범하면서도 은근히 사람을 놀라게 하는 발상을 끊임없이 끄집어내는 독창성이야말로 디자인이다.” 그는 일상을 항상 신선하게 재인식하는 것이 창조이며 나 혼자 잘하는 것이 아닌 사회 전체의 미의식 고양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이게 바로 하라 켄야가 [디자인의 디자인]을 디자인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쓴 이유이다. “디자인을 언어화하는 것은 또 하나의 디자인이다.” 하라 켄야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또 하나의 디자인을 했고 우리는 누구나 그 디자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제1장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비명에 귀를 기울인다 / 디자인의 발생 / 디자인의 통합 / 20세기 후반의 디자인 / 규격화 및 대량 생산 / 스타일 체인지와 정체성 / 사상과 브랜드 / 포스트모던이라는 해학 / 컴퓨터 테크놀로지와 디자인 / 모더니즘과 그 미래
제2장 리디자인 – 일상의 21세기
일상을 미지화한다 / 아트와 디자인 / 리디자인 전시회 / 반 시게루와 화장지 / 사토 마사히코와 출입국 스탬프 / 구마 겐고와 바퀴벌레 덫 / 멘데 가오루와 성냥 / 쓰무라 고스케와 기저귀 / 후카사와 나오토와 티백 / 세계를 순회하는 디자인 전시회
제3장 정보의 건축이라는 사고방식
감각의 영역 / 정보의 건축 / 나가노 동계 올림픽 개회식 프로그램 / 병원의 사인 계획 / 마쓰야 긴자 리뉴얼 프로젝트 / 정보의 조각, 책
제4장 아무것도 없으나 모든 것이 있다
다나카 잇코에게서 물려받다 / 무인양품의 출발과 과제 / ‘-이’가 아니라 ‘-으로’ / WORLD MUJI / EMPTINESS / 로고를 지평선에 두다 / 지평선을 찾아서
제5장 욕망의 에듀케이션
디자인의 향방 / 기업 가치관의 변화 / 집약되는 메이커의 기능 / 시장을 정밀하게 ‘스캔’한다 / 욕망의 에듀케이션 / 일본인의 생활 환경 / 일본이라는 밭의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 / 넓은 시야의 디자인
제6장 나는 일본에 살고 있다
일본을 더 많이 알고 싶다 / 『그늘에 대하여』는 디자인의 본보기 / 성숙한 문화의 재창조 / 자연이 주는 것을 기다리는 ‘가조엔’과 ‘천공의 숲’ / 세계의 눈으로 일본의 좋은 품질을 되살리는 ‘오부세도’ / 아무것도 없는 것의 의미를 파고드는 ‘무카유’ / 풍정은 흡인력을 만들어내는 자원이다
제7장 열릴 수도 있었던 박람회
초기의 구상과 ‘자연의 예지’ / 에콜로지에 대한 일본의 잠재력 / 그 숲속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 과거와 미래를 잇는 디자인의 풍경 / 친근한 자연과 생명으로 만든 캐릭터 / 스스로 증식하는 미디어 / 끝나지 않은 프로젝트
제8장 디자인 영역을 다시 구성한다
세계 그래픽 디자인 회의 / 디자인의 각성 / 디자인과 정보 / 정보의 미 / 생명 과학과 미 / 정보와 디자인을 둘러싼 세 가지 개념 / VISUALOGUE / 다시 걷기 시작하는 세대에게
하라 켄야 原硏哉
1958년생. 디자이너. 일본디자인센터 대표. 무사시노미술대학 교수. 디자인의 영역을 폭넓게 받아들여 다방면에 걸친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나가노동계올림픽 개·폐회식 프로그램 등으로 일본 문화에 깊게 뿌리를 둔 디자인을 전개하고 마쓰야 긴자 리뉴얼 프로젝트에서는 사인을 통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는 닛카위스키, AGF를 비롯해 일본 각지의 술과 쌀 등의 홍보와 관련된 디자인 작업을 다루었다. 한편 <리디자인RE DESIGN> <햅틱HAPTIC> 등 독자적 시선으로 기획한 전시회를 통해 일상이나 인간의 모든 감각에 잠재한 디자인의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 중 <리디자인>으로 세계인더스트리얼디자인비엔날레 제품·그래픽 부문 대상과 마이니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TOKYO FIBER> <JAPAN CAR> 등의 전시로 일본의 산업 잠재력을 세계에 제시했으며 2011년 베이징을 시작으로 중국에서 개인전 순회를 했다. 2001년부터 무인양품無印良品의 자문 위원이 되어 무인양품 광고 캠페인으로 2003년 도쿄아트디렉터스클럽 대상을 수상했다. 그 외 북 디자인 분야에서 고단샤출판문화상, 가마쿠라유사쿠상, 하라히로무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내일의 디자인] [마카로니 구멍의 비밀] [포스터를 훔쳐라] [백] [디자인의 디자인] 등이 있으며 이 중 [디자인의 디자인]은 산토리학예상을 수상하고 다국어로 번역되었다.